홍콩에서 칠레까지 시위현장마다 '조커'…"연약하고 버려진 취약계층 대변"

이코노미한국 | 기사입력 2019/11/04 [17:31]

홍콩에서 칠레까지 시위현장마다 '조커'…"연약하고 버려진 취약계층 대변"

이코노미한국 | 입력 : 2019/11/04 [17:31]

 

 



 

/안영모 기자 aym@hankooke.com

 

새하얀 얼굴에 입 주변을 새빨갛게 칠한 채 활짝 웃는 모습으로 보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조커' 분장이 세계 시위 현장의 중심에 섰다고 미국 CNN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과 이라크 예술가들은 조커 캐릭터를 시위 포스터에 등장시키거나 소셜미디어에서 활용하고 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누군가가 한 동상에 "우리 모두는 광대"라고 스프레이로 썼다.

 

홍콩에서는 시위자들이 집회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한 정부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아예 영화 속 조커처럼 차려입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조커'는 배트맨의 숙적 조커를 확신에 찬 악당으로 그린 영화다.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은 '조커'는 악당을 미화했다는 논란 속에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으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에는 불평등과 부조리에 폭발한 젊은이들이 광대 마스크를 쓰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폭동을 일으키고, 특권층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장면 등이 나온다.

 

사실 긴축정책 추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등 세계 각국 시위자들의 목적과 불만은 각기 다르다.

 

CNN은 "그럼에도 레바논, 이라크, 칠레, 볼리비아, 홍콩, 스페인의 일부 시위자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의 사이코 킬러로부터 영감을 얻는 이유는 그들이 조커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며 각국 시위자들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레바논의 거리 예술가 무함마드 카바니는 "조커는 바로 우리들"이라며 "베이루트가 새로운 고담시"라고 말했다.

 

영화 '조커'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분열되고 범죄가 만연한 1980년대 암울한 도시 고담시를 무대로 펼쳐진다.

 

카바니는 "영화 '조커'에서 부유한 엘리트 계층과 보통 사람들 간에 펼쳐지는 권력 투쟁이 레바논 시위자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며 "레바논 사회는 지금 약자와 극도로 좌절한 억압받는 자들로 가득차 있으며, 그들은 희망의 창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 정부가 왓츠앱 등 스마트폰 메신저에 하루 20센트(약 230원)의 세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위가 벌어지자 카바니는 자신의 쌍둥이 형제와 함께 자신들의 대표적인 캘리그래피티를 활용해 조커가 화염병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리며 조커를 시위자들의 상징으로 표현했다.

 

심리학자 발렌티나 알바레스는 칠레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시위에 가능한 한 참가하려고 한다고 CNN에 전했다.

 

알바레스는 지난달 24일 동료 시위자가 조커 분장을 한 채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그는 "조커는 오해받는 인물이다. 연약하고 버려졌다"며 "사회의 특권층에 포함되지 않은, 대다수의 칠레인들이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CNN은 "영화 '조커'는 어떻게 태만한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는가를 보여주면서 주인공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고 평했다.

 

과거 시위 참가자들의 가면 착용에 관한 글을 썼던 독일 할레-비텐베르크 마르틴루터 대학의 안드레 비어 연구원은 "조커 가면을 쓰거나 조커 분장을 한 시위자들이 홍콩 혹은 레바논 정부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는 지금 가장 밑바닥에 있지만 당신들은 앞으로 하려는 일에 조심해야 할 것'이다"고 해석했다.

 

비어 연구원은 또한 조커를 끌어들이는 것은 시위자들을 주목받게 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영화 '조커'가 세계적으로 히트한 덕에 조커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관심과 지지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목할만한 것은 조커에 대한 해석이 열려있다는 점이다.

 

레바논과 칠레 혹은 다른 지역 시위자들은 조커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지만, 영국의 일부 반(反)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주의자들은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조커에 빗대기도 한다고 CNN은 지적했다.

 

또 혼란 속 일부 지역에서 폭력과 방화, 파괴주의와 약탈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일부는 조커를 상징적으로 내세운 시위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이에 레바논의 카나비 같은 시위자들은 자신들이 조커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카나비는 "내가 '거리를 접수하겠다'고 말할 때는 결코 폭력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레바논에서 우리의 저항과 시위는 모두 평화와 조화에 관한 것이다. 말이 총보다 훨씬 강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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