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만든 '교육감 권한 강화' 조례, 조희연 교육감 반대 왜?

이코노미한국 | 기사입력 2020/01/09 [16:03]

서울시의회가 만든 '교육감 권한 강화' 조례, 조희연 교육감 반대 왜?

이코노미한국 | 입력 : 2020/01/09 [16:03]

 

 



 

 

 
 

 

/정승양 선임기자 code1@ hankooke.com

 

공무원 조직에서 권한은 많이 가진자가 좋은 것이다. 그게 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권한을 몰어주는데도 그 축소해달라고 요청하는 곳이 있다. 이유는 뭘까.

 

서울 지역 유·초·중·고교의 인사, 시설 사용 등 학교장에게 위임된 권한을 필요시 교육감이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조례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0일 서울시의회에서 의결돼 서울시교육청으로 이송되어 온 '서울시교육감 행정권한의 위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 법령 위반과 공익 침해 우려가 있다며 9일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같은 취지로 법제처와 교육부 등에서도 상위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을 받았으며, 한국교총, 서울교사노조, 유초중고교장회 등에서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한 해당 개정 조례안은 교육감이 교육장, 학교장에게 위임하는 권한 규정에 “교육감이 요구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를 신설한 것으로, 지난해 12월20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개정안은 교육감이 요구하는 경우 기존에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온 학교 시설의 사용 허가와 7급 이하 지방직 공무원의 임용 등의 권한을 교육감이나 교육장이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일례로 기존에는 학교의 교장이 운동장이나 주차장을 지역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지 말지를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교육감이 행정권을 발동하면 강제로 개방하도록 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한 직후 유·초·중·고교 교장·원장회(교장회)와 서울교사노조, 서울교육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은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했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들의 의견에 더 무게중심을 두게 된 것은 현재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관 개방 여부는 학교가 결정하는데, 교육감이 ‘강제 개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 지역 정치권의 ‘민원 해결용’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많은 학교가 지역사회의 체육동호회나 주민들에게 운동장 등을 개방하고 있지만, 범죄 노출 위험과 관리·감독의 어려움 등을 우려해 학교시설을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하지만 ‘표’에 민감한 지역정치인이 민원 해결을 위해 학교에 개방을 압박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개방이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의 합의를 거치지 않고 상명하달 방식으로 ‘교육감과 교육장이 요구하는 경우’ 강제로 행사될 경우 “공익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개정 조례안은 교육감이 요구할 수 있는 사유와 근거가 불명확한 단서를 규정함으로써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시민들로서는 어느 기관이 어디까지 책임지는 것인가가 명확하지 않아 수임기관의 자율성과 책임성에 혼란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더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조례 개정 해프닝의 배경에 이른바 '장안초등학교 사건'이 있다고 본다. 지난해 3월 서울 광진구 장안초에 부임한 탁현주 교장은 방문객 출입 통제와 정문 폐쇄를 건의했다. 정문 앞을 지나는 주차장 진입로 때문에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고,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올 위험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60.8%의 찬성으로 정문을 폐쇄했다. 하지만 반발하는 일부 학부모는 서울시의회와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 이에 전병주 서울시의회 의원은 교육청을 통해 학교 측에 수차례 시설 개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전 의원은 교육감이 학교장의 권한을 회수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고, 학교장과 교원단체의 반발에도 조례는 시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조례 개정으로 권한이 강화된 교육청은 그 권한 행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권한이 남용될 수 있을 뿐 더러 교육자치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조희연(사진) 서울교육감은 "재의라는 것이 무거운 행위임을 충분히 알지만, 이번 개정조례안이 상위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클 뿐 아니라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위축시킬 수 있다는 학교 현장의 우려가 매우 크기에 불가피하게 재의를 요청하게 됐다"며 "시의회 또한 재의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재의 요청을 받은 서울시의회는 앞으로 열릴 임시회에서 다시 표결을 해야 한다. 재의가 요구된 조례는 시의회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을 거쳐야 재의결된다.

 

결과가 서울시교육청이 원하는데로 나올지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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