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혐의 벗은 조영남이 말하는 현대미술…현대미술 안내서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 출간

이코노미한국 | 기사입력 2020/06/29 [18:59]

사기혐의 벗은 조영남이 말하는 현대미술…현대미술 안내서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 출간

이코노미한국 | 입력 : 2020/06/29 [18:59]

 

/김종순기자 kimsoon@hankooke.com

"아무리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걸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작품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림 대작' 사건으로 논란을 몰고 온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현대미술에 관한 생각을 정리한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혜화1117 펴냄)이 출간됐다.

조영남이 현대미술에 대한 100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한 자문자답 형식의 책이다. 자신의 화투 그림 이야기부터 현대미술의 개념, 역사까지 자유분방하게 풀어냈다.

조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그림을 자신의 작품으로 팔았다가 2016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은 지난 25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화투를 소재로 한 작품이 작가 고유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고 조수는 기술 보조에 불과하다는 취지에서 무죄로 판단했다.

책에는 현대미술에서 작가의 아이디어에 관한 언급도 있다.

조영남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작가가 되나'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일 뿐"이라며 "아이디어가 미술 작품이 되느냐 마느냐는 그 실현 능력에 따라 좌우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아이디어나 개념을 실제로 구현하기만 하면 현대미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남은 세계 최고 화가로는 파블로 피카소를 꼽았다.

피카소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그는 "피카소는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아리따운 다섯 명의 여인들을 괴상망측한 추녀로 상상하고 그려냈다"라며 "화투 쪼가리를 꽃으로 상상하고 그린 '극동에서 온 꽃'에 비하면 피카소의 상상력은 엄청난 거고, 저의 상상력은 한없이 초라하다"고 말했다.

'화투 그리는 화가'로 자신이 알려진 것에 대해서는 "엄청난 영광"이라며 "소변기의 뒤샹이나 콜라병 그리는 워홀과 비슷한 맥락의 팝 아티스트로 평가받는 거와 많이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화투가 현대미술 소재로 어울린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화투는 사람들에게 내심 푸대접받는 물건"이라며 "그런 물건을 그림으로 그리는 거 자체가 얼마나 재미있었겠냐"고 되물었다.

조영남은 세계에 내세울 한국 예술가로는 백남준을 꼽았다.

백남준은 피카소와 맞먹을 만큼 현대미술계에서 압도적인 공적을 쌓았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무엇보다 현대미술은 사기꾼 놀음이고 예술은 사기라는 그의 말을 섬뜩하게 가슴에 새기게 됐다"고 전했다.

조영남은 백남준의 말이 '미술에, 예술에 너무 치우치거나 빠져서 허우적대지 말라'는 우회적 경고라고 해석했다.

그는 과거 천경자와 이우환 작품을 둘러싼 위작 논란과 관련해서는 "예술계의 문제를 예술계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을 못 하고 법에 맡겨 국가의 처분을 기다린다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수 조영남과 화가 조영남 중 어떤 쪽으로 살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지금까지처럼 화수(화가·가수를 합친 말)로 살게 되지 않을까"라며 "그림과 노래 중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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