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한국]나의 친애하는 이재용 삼성부회장

이코노미한국 | 기사입력 2016/12/21 [13:47]

[이코노미한국]나의 친애하는 이재용 삼성부회장

이코노미한국 | 입력 : 2016/12/21 [13:47]

 

/정승량 콘텐츠전문기자 code1@ hankooke.co.kr

 

“선대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그룹 대권을 넘기면서 차기엔 재현이에게 물려주라고 유언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형 이맹희 씨는 1994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이병철 전 회장은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자식 대에서는 3남 이건희 회장을,? 손자 대에서는 장남 이맹희 씨의 아들 이재현 CJ회장을 점찍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맹희씨의 주장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1938년, 초라한 상가건물에서 시작한 삼성상회. 그 소유경영권은 이병철(~1987)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2세 이건희(1987~) 회장이 물려받았고 이제 3세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할 찰나에 있습니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리더로 떠오른 이재용 부회장은 과연 삼성이란 거대 공룡을 위기에서 탈출시킬 수 있을까요? 아니면 더 큰 위기로 몰아넣을까요?

얼마전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 감독의 1972년작 ‘대부’(The Godfather)를 다시 보다가 이건희 회장혹은 삼성그룹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대부’는 미국에 살고 있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출신의 이민자들이 조직한 마피아 간의 싸움을 그린 영화입니다.

마이클(알 파치노)은 유력 패밀리의 창립자이자 두목인 돈 꼴리오네(말론 브란도)의 막내 아들로 거대한 조직을 이끌게 됩니다. 대학을 나온 귀공자, 거친 밤의 세계를 멀리했지만 돈 꼴리오네가 죽자 그는 결국 조직을 이끌어가게 됩니다.

명실상부한 대부의 권좌에 오르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순간부터 부인을 비롯한 사랑하는 가족과 멀어지기 시작하는 것은 권력자의 운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보스가 된 마이클은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수많은 부하들의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만, 이와 동시에 그의 방문은 사랑했던 아내 ‘케이’를 향해 차갑게 닫히고 맙니다.

영화 ‘대부’의 또다른 백미는 마이클이 조카의 세례식에 대부(godfather)로 참석해 “사탄과 멀리하겠다”고 신에게 서약하는 장면과 마이클의 무리들이 경쟁 패밀리 수장을 차례로 제거하고, 조직내 배반자들을 일거에 처단해 버리는 ‘피의 숙청’ 장면이 교차편집된 지점입니다.? 이 곳에서 영화는 생명의 성스러운 탄생과 추악한 살인이 일어나는 곳, 선과 악이 쌍둥이 처럼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것이 우리 인간과 이 사회의 존재방식이라는 것을 상징처럼 보여줍니다.

마이클은 누나의 남편 카를로도 살해합니다. 조직을 배반했기 때문입니다. 누나 코니는 뒤늦게 남편이 남동생의 지시로 살해 당한 것을 알고 마이클을 찾아갑니다.

누나 코니: (울부짖으며) 매형을 죽인 살인마!

아내 케이: 그것이 사실인가요?

마이클: (차가운 눈빛으로) 아니.

거짓말. 하지만 조직과 가족을 위해서는 해야 하는 거짓말이었을 것입니다. 더 큰 대의를 위해 외로운 판단을 내리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리더가 져야 할 숙명이라고 70년대 영화 ‘대부’는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고, 이건희 회장 세대는 그렇게 알고 살아왔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건희회장은 영화광이었습니다. 1954년 이병철 창업 회장은 향후 기업의 성장을 책임지려면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당시 초등학생 5학년이었던 이건희를 일본으로 보냅니다. 어린 이건희에게 일본이란 나라는 차별과 외로움만 안겨 준 곳이었고, 주어진 공간은 학교와 하숙방 한 칸, 그리고 영화관이었다고 그는 회고합니다. 그는 학교가 끝나면 영화관으로 곧장 달려갔고, 동시 상영관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 날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3년 유학 생활 동안 본 영화가 1,000여 편. 하루 한 편 이상 꼬박꼬박 본 셈이죠.

어린 시절 취미 생활로 시작한 영화 보기는 이건희 회장에게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거울이 되었을 것이고, 영화를 보면서 청년 이건희는 세상을 배우고, 사람을 연구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대적 특수성까지 더해져 이건희는 ?‘대부’식 느와르 경영에 익숙해져 갔을 것이라는게 재계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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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부회장의 경영은 아버지 이건희회장의 ‘느와르 경영’과는 달라야 합니다. 과거 오너경영은 ‘조폭경영’과 유사하다는 평을 받아왔지만 이재용부회장 시대의 경영은 ‘도덕경영’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1968년생, 우리나이 49세. 이재용은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일본 기이오대 비즈니스스쿨 MBA(일본의 제조업 분야)를 거쳐 미국 하바드대 비즈니스스쿨(컴퓨터 산업)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대학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여 취미는 고지도 수집이며, 학창시절에는 승마 선수를 할 만큼 운동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재용은 이미 20년 이상 경영 수업을 받아왔습니다. 1991년 12월 삼성전자 총무그룹으로 입사했고, 10년 후에 경영기획팀의 상무보로 임원 승진을 했으며 2003년 상무로, 2007년 전무로, 2009년 부사장으로, 2010년 사장으로, 그리고 2013년 부회장으로 한 단계씩 이론과 실무를 배우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갔습니다. 그 세월이 20년 이상입니다.

지난 12월 6일 진행된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의 1차 청문회에 나타난 이재용 의 첫인상은 긍정적인 평가를 새삼 확인시켜주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의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에게 “자신의 힘으로 재산을 증식한 적이 있느냐?”고 몰아부쳤지만 그는 “송구스럽다”, “잘 모른다”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 연루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습니다. 사법조치를 피하려는 고도로 계산된 발언들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부회장의 평소 인격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는 견해도 많습니다. 그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평은 어릴 때부터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아 예의가 바르고 연장자에게 깍듯하다는 것입니다. 직급이 낮아도 나이가 많으면 늘 존댓말을 쓰며, 선배 경영진 앞에서는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삼성안팎에서 그의 경영능력과 관련해서 그동안 ?떠돌던 얘기, “이재용은 인터넷 사업에 실패한 것 외에는 한 일이 없다”는 소문도 재확인시켰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왜 민간기업 총수 중 한명인 이재용 부회장의 도덕성에 대해 왜 감내놔라 밤내놔라고 하고 있을까요. “한국의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은 사실 “앞으로의 삼성그룹은 어떻게 달라진 것인가?”로 압축되는게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호사가들이 “삼성이 망해야 대한민국의 경제가 산다.”고 말하는 것도 삼성그룹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커다란 비중을 염두에 둔 비판입니다. 삼성그룹이 한국 GDP의 4분의 1이 넘는게 우리경제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삼성의 느와르경영의 그림자는 이부회장에게도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변칙 발행을 시작으로 삼성이 이재용 체제를 만들기 위해 이후 전개돼온 그룹 소유, 지배권의 우회상속 과정은 삼성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삼성의 이재용 시대에 원죄와 같은 것으로 남아 있습니다.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용 체제는 삼성 스스로의 힘으로 경영승계를 이루지 못했고,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공단 자금 5,900억원의 손실을 끼치고서야 완성됐습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 11퍼센트를 가진 최대주주였고, 작년 7월 11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국민연금의 찬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더구나 이런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 승계 과정에 최씨가 깊숙이 관여하고, 그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재단에 거액을 출연하고 역시 거액을 들여 최씨의 딸을 사적으로 지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두가 이건희회장 세대, 구시대식 폐악들입니다.

경영권 승계 준비를 마친 이재용은 조만간 삼성그룹의 3대 총수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 분명합니다. ‘이건희의 삼성’이 막을 내리고 ‘이재용의 삼성’이 막을 올리는 것입니다. 이건희가 선친 이병철이 타계한 1987년에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것 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국민들은 삼성이 이건희, 이재용 일가의 것인가? 다시 묻고 있습니다. 삼성은 이병철 회장이 창업했지만 국가와 국민들이 함께 육성한 기업입니다. '조폭의 시대'에 맞게 그간 국민들은 이건희 체제를 인정했지만, ?도덕의 시대에 맞게 3세 이재용체제까지 우리가 인정해 주어야 하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차기엔 재현에게 물려주라고 유언했다”는 이맹희씨의 주장은 이재용이 ‘도덕경영’을 방치하는 순간 언제 어떤 형태로 다시 불거질 지 모릅니다.

조폭경영과 도덕경영의 지혜로운 타협점. 이부회장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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